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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10)

코로나 시대의 위로, 책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30일

↑↑ 이 철 영
시인 / 본지 객원논설위원
ⓒ 횡성뉴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인간을 만든다
문자가 생기고 난 이래 인류의 삶은 비약적으로 풍성해졌다.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면서 정보의 공유가 가능해졌고, 시간과 공간은 무제한으로 확장됐다.

인쇄술이 발달과 함께 책이 대량생산되었고, 책은 인류의 삶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이제 우리 인간은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문학과 철학, 예술, 사회, 경제,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책의 존재감은 흔들림이 없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기까지 삶의 모든 과정을 배움으로 채운다.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인간을 만든다”는 유명한 격언이 말해주듯 사람이 사람답게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책이다.

내 인생의 책 한 권, 어린왕자
10대 후반에 쌩떽쥐뻬리의 <어린왕자>를 만났다.
만만한 두께의 책이라 별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아니, 세상에 이런 책이 다 있다니! 알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한 어떤 것이 머릿속을 맴돌고 가슴은 벌렁벌렁해지는 게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게 무얼까. 그리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처음 읽었을 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세 번째로 읽을 때도 그랬다. 그리곤 <어린왕자>에 빠져들고 말았다.
사실,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대부분의 책은 두 번 이상 읽기 쉽지 않다. 그러나 어린왕자는 수십 번을 읽어도 늘 새로운 책이었다. 내가 몇 번이나 읽는지 세어보기로 했다. 다시 읽을 때마다 바를 정(正)자로 기록해보았더니 스물일곱 번이나 되었다. 그 이후로 세는 것을 포기했다.

어떤 번역본에 법정스님이 쓰신 서문 중, “나는 이 책을 100번도 더 읽었다”는 문장을 보고 나서였다. 그 이후로 몇 번은 더 읽었지만 법정스님에 비하면 어디 가서 내세울 만한 것이 못된다. 그래도 <어린왕자>를 만난 것은 내 삶에 가장 큰 행운이었다.
책이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는 행운이다.

사는 것은 우연이고 죽는 것은 필연이다
독일 소설가 에리히 캐스트너의 소설 <파비안>에서 얻은 문장 하나는 “사는 것은 우연이고 죽는 것은 필연이다”였다. 주인공 파비안이 강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고 뛰어들었는데 자신이 수영을 못한다는 것을 물에 뛰어들고서야 알았다. 그가 죽으면서 남긴 말이다.

출판사에서 20여년 동안 일했는데, 내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온 책이 족히 수백 권이다.
나는 어쩌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었을까. 어릴 때 자라면서 한번도 출판편집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생의 가장 빛나는 청춘을 출판사에서 보내게 되었다. 우연히 그리 되었겠으나 결과적으로는 필연이 아니겠는가. 내 손에서 탄생한 책이 누군가에게 가서 기쁨이 된 적이 있었을까. 그랬다면 좋겠지만 알 수 없다. 희망일 뿐이다.

책 읽는 사회는 건강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늘 하던 대로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몹시 거북하고 불편하다. 여행을 하는 것도, 모임을 갖는 것도 자유롭지 않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도 조심스럽다. 이러다 삶이 더 팍팍해지고 우울해질 것 같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코로나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그동안 인간이 환경오염으로 숨막히던 지구는 조금 숨통이 틔었다고 하니 모든 게 나쁜 쪽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전화위복으로 삼을 만한 것이 뭐 없을까. 평소 읽고 싶었던 책에 눈을 돌려보자. 인터넷서점이어도 좋고, 동네 책방이어도 좋다. 그동안 무슨 책이 새로 나왔는지 누워서 살펴볼 수도 있고, 조금은 한가하게 책방산책도 할 수 있다. 그러다 갑자기 눈에 번쩍 띄는 책을 발견하는 행운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사회는 건강한데,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책으로부터 멀어졌다.
정부 정책에도 출판은 늘 찬밥신세다. 출판사의 사회적 기여는 저평가되었고,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은 해마다 반복되는 출판계의 쓸쓸한 유행어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를 우울하게 건너가고 있다. 위안이 필요한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위안은 무엇인가.
평생학습축제에 끼워넣던 횡성책축제를 과감하게 확대해보면 어떨까. 책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건강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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