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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14)

공공디자인의 폭력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04일

↑↑ 이 철 영
시인 / 본지 객원논설위원
ⓒ 횡성뉴스
도시는 디자인, 돈보다 감각이 중요하다
친구 중에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교수가 있다. 그는 탁월한 감각과 전문성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재생사업을 비롯해 관련 분야에서 심사, 평가, 자문 등 다양한 활동으로 분주하게 산다. 얼마 전 강릉으로 이사를 했는데, 자연히 강릉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강릉의 복이다.

그 친구와 함께 다니다보면 공공디자인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자신의 전공분야이기도 하니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게 당연하고, 듣는 나는 친구 덕에 배우게 되니 귀도 즐겁다.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물 중에는 공공기관에서 관여한 것들이 상당히 많다. 공공기관의 건물은 물론이고 각종 조형물, 시설구조물 등이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도시의 얼굴이 되고 표정이 된다.

문제는 이런 것들의 상당수가 도시미관을 해치거나 목적에 미치지 못하는 디자인으로 막대한 예산이 아깝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건물, 마구잡이로 늘어나는 벽화, 눈에 거슬리는 구조물의 페인트 색깔, 예술작품을 빙자한 뜬금없는 조형물 등이 그렇다. 이런 것들이 바로 그 지역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다.

예산을 많이 들인다고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조화와 부조화의 차이를 아는 심미안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지자체의 복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지, 도처에 있는 전문가를 보는 안목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면 방법이 없다. 어쭙잖은 감각으로 부지런하기만 해봐야 힘은 힘대로 들고, 피 같은 예산만 쏟아 부울 뿐이다.

공공은 힘이 세다
공공(公共)이 무언가. 국가나 사회이 구성원에게 두루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공공이다. 공(公)은 행동이나 일처리가 사사롭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다는 뜻이고, 공(共)은 함께 하다는 뜻이다, 이 두 글자가 더해져 공공이 됐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공공은 공공기관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우리 삶의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는 곳이어서 그렇다. 모두를 위한 기관이기 때문에 하는 일이 많고, 그 많은 일을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재량권도 많이 주어진다. 결정권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의 힘은 매우 세다.

이런 재량권, 결정권은 행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상식에 벗어나지 않고 보편타당하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공공기관의 재량권은 권력이 되기도 한다. 권력이 공공을 위해 잘 쓰이면 공익이 되지만 잘못 쓰이면 공공의 피해가 된다. 공공기관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도시는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공공의 공간이다. 따라서 이 공간을 만들고, 가꾸고, 다듬고, 더 아름답게 유지해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곳이 공공기관이다. 그만큼 책임도 크다.

횡성전통시장, 아름다운 간판이 사라졌다
공공기관에서는 쉼 없이 일을 벌인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도 하고, 있던 것을 없애기도 하고, 고쳐서 달리 쓰기도 한다. 그게 공공기관의 일이다.

요즘 횡성전통시장이 대대적인 보수공사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몇 차례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다고 하지만 천장이 다 막혀있는 구조 문제로 어두침침한 내부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올해 마침내 천장을 걷어내고 개방형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전국의 전통시장이 이런 형태로 바뀐 지는 오래됐다.

횡성전통시장도 진작 이렇게 바꾸었어야 했는데 이제라도 바뀌게 된 게 다행이다. 공사가 올해 안에는 마무리가 된다고 해서 근처를 지날 때마다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는데, 며칠 전 주 출입구 간판이 바뀐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경악할 정도로 놀랐다.

그동안 횡성전통시장 중에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동서남북 네 곳의 출입문 간판이었다. 한우만 파는 곳도 아닌데 전통시장 이름을 <우하하 횡성한우시장>으로 쓰는 것은 거슬렸지만, 간판 디자인 하나는 매우 세련되고 전통시장의 정감을 잘 표현해낸,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횡성시장을 상징하는 그 아름다운 간판이 뜬금없이 로봇 같은 소 얼굴로 조잡하게 바뀐 것이다. 그 엄청난 예산을 들여 단장한다면서 정작 시장의 대문과 같은 주 출입구를 이렇게 망가뜨려놓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건 개악이다.

이거야말로 공공디자인의 폭력이다. 이게 횡성의 한계인가? 횡성의 수준인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는데, 이것 참!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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