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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51)

사라진 가을풍경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11일

↑↑ 이 철 영
편집국장
ⓒ 횡성뉴스
11월이다. 어느새? 그렇다. 어느새 11월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가는 속도가 빨라진다더니 과연 그렇다.

쉰아홉번째 가을이라니!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때인데 언제부터인가 가을이 참 시큰둥해졌다. 이유가 뭘까.

나이 탓만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만, 이순(耳順)을 앞두고 생각해보니 그간 가을풍경도 참 많이 변했다. 보이던 풍경이 보이지 않는 가을, 이렇게 가을은 사라지는 것일까.

가을은 독서의 계절?
한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다. 물론 덥지도 춥지도 않고 선선한 가을이 책 읽기에 안성맞춤이긴 하다.

맨 처음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 이는 누구였을까. 출판계에서는 이 말을 책을 읽으라는 권유의 뜻으로 썼다. 책 읽기에 가을이 좋다지만 놀랍게도 출판계의 가을은 불황의 계절이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이 가뜩이나 열악한데 책 읽기에 좋은 계절마저 불황이라니, 이해하기 어렵지만 출판계는 그랬다.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은 놀러다니기도 좋은 계절이다.

이런 좋은 계절에 책을 읽는 것보다 놀러 다니는 사람이 더 많으니 책이 팔릴 리가 있나. 그나마 출판계 호황은 겨울이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에 책을 선물하는 사람도 많았고, 동지섣달 긴긴밤을 독서로 보내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도 그럴까? 아마 아닐 것이다. 출판시장은 연중무휴 불황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 책 읽지 않는 가을이 됐다. 독서의 계절 가을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단풍의 수모
가을이 되면 설악산 단풍이 어디까지 내려왔는지, 전국의 단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뉴스로 전해졌다. 단풍이 곱게 든 지역을 소개하거나 단풍놀이 가는 행락객들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미어진다는 소식이 뉴스에 단골로 등장했다.

올해는 단풍소식도 뜸하다. 이상기후 탓에 날씨도 제 계절을 못찾아 사계절을 들락날락, 오락가락하고 있다. 우기에 가뭄이 들고 가을에 장마가 든다. 서리 내리고 난 뒤 개나리가 피고, 마당에 있는 엄나무는 새순을 내밀었다.

이러니 단풍이라고 제때 들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여행객의 발목을 잡았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여행을 떠나는 일도 다 불편해졌다. 이래저래 가을단풍이 단풍 대접을 못받고 있다. 단풍이 수모를 당하면서 가을풍경 하나가 또 사라졌다.

가을엔 편지를 쓰시겠어요?
고은(高銀) 시인이 쓴 ‘가을편지’라는 시는 김민기가 작곡해 가을의 명곡이 되었다. 1971년에 가수 최양숙이 부른 이래 작곡자인 김민기, 양희은, 이동원 등 여러 가수가 부르며 지금까지 무려 50년 동안 사랑받고 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낙엽이 쌓이는 날/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노랫말에 가을이 철철 넘쳐흐른다. 청춘남녀의 마음에 가을은 어김없이 들어서 가을에는 이런 시도 읽고, 이런 노래도 부르고, 이런 편지도 썼다.

지금은 가을에도 시를 읽지 않는 시대, 편지를 쓰지 않는 시대다.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곱게 접어서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 빨간 우체통이 있는 곳까지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가던 가을이 사라졌다. 편지를 쓰지 않으니 동네 곳곳에 있던 빨간 우체통도 함께 사라졌다.

연애의 시작은 편지였다. 연애편지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드러내기 부끄러워하고 차마 말로 하지 못하는 마음을 담아 전하기에 편지만한 게 없었다.

요즘 연애편지를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컴퓨터와 인터넷이 사람과 세상을 지배하면서 손으로 종이에 쓰는 편지는 사라졌다. 전자메일이 잠깐 등장했지만 연애편지는 되지 못했고 그나마 이제는 카톡이나 SNS 문자메시지에 밀려났다.

이러다간 편지라는 말조차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시를 읽던 가을도, 연애편지를 쓰던 가을도 그렇게 사라졌다.

남은 풍경
추수가 한창이다. 황금물결 넘실대던 논들이 하나둘 맨땅을 드러내고 있다. 나뭇잎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가지 위에 눈 쌓일 자리를 비워줄 것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 11월의 풍경이다.

올해 11월은 이런 풍경 말고 특별히 다른 풍경 하나를 더 보여준다. 시끌시끌한 선거풍경이다. 가을 나뭇잎이 겨울 눈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은근한 풍경이 아니라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물고 뜯고 싸우는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내년 봄이 다할 때까지 봐야만 하다니 쓸쓸한 가을보다 더 쓸쓸해진다. 머지않아 횡성도 지방선거로 시끌벅적해질 태세다. 계절을 바라볼 여유도 없이 가을과 겨울, 봄까지 잃어버리면 우리는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받을 수나 있을까?

순간의 선택이 최소한 4년은 좌우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안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다. 잘 보아야 한다. 잘 보려면 무엇으로 봐야 한다고?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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