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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강에 띄우는 아침편지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23일

↑↑ 원 재 성
본지 전무
ⓒ 횡성뉴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개학과 동시에 전교생에게 삭발령이 내려졌다.
이유는 직전 졸업한 선배들의 입시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전교생이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지금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그 당시는 교장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곧 법이였던 시절이라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복종하던 시절이다.

나는 이발소 사장님의 권유로 2부 가리(이발기 밑 부분에 플라스틱 부품을 끼워 2mm정도 길게함)란 유형이 있음을 알고 2부 가리로 밀고 다음날 학교에 갔는데 담임이 그것을 어찌 알아보고 구레나룻부분을 잡아 올리며 “요놈 봐라, 누구를 속이려고 2부를 쳤어!” 하시며 “왜 정직하지 못하냐?”고 하시며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주셔서 다음날 항의표시로 백호(삭발한 머리를 면도날로 빡빡 밀어내는 스님머리)를 치고 등교했다 담임이 반항한다며 손바닥으로 머리를 쳤는데 그 소리가 뺌 때리는 소리처럼 찰싹하고 얼마나 크게 났던지 담임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반 아이들 전체가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40년 전의 잊었던 추억을 소환해 낼 수 있게 해준 것은 요즘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삭발 투쟁이 한 몫 한 것 같아 그분들께 감사한다.

내가 아는 삭발은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강제로 하는 삭발과 자진해서 하는 삭발 두 가지 부류가 있을 것 같다.

전자의 예로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 놈들이 민족의 혼을 무너트리기 위해 시행한 창시개명, 신사참배, 삭발령 중의 하나였던 삭발령이 대표적이고 또한 남자들이 군에 입대하기 위해 했던 삭발, 그리고 학생들이 교칙에 의한 삭발이 있었던 것 같다.

후자로는 속세를 떠나 출가할 때 부모·가족과의 인연을 끈기위한 삭발, 그리고 조폭들이 상대방에게 혐오감을 주기 위한 삭발, 그리고 권력 앞에 한계를 느껴 자기 집단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한 삭발 그리고 요즘처럼 정치권에서 자행되는 보여주기 식 삭발이 있겠다.

전자든 후자든 삭발을 함으로써 본인은 물론이고 그 주변 어느 누구도 기쁨을 느끼는 경우 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는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 자기집단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최후의 고민으로 하는 목숨을 단보로 하는 삭발이 많았다면 요즘은 집단 원에게 자기를 홍보하기 위한 행동으로 삭발을 많이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째든 우리나라의 삭발의 시작은 일본 놈들과 연관이 있어 우리국민들의 정서와는 맞지도 않고 불편한 느낌은 어찌 할 수 없다. 지난 여름방학 때 우리 집에서도 삭발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인적이 있다.

우리집에는 5,6살 된 반려견(?) 순이란 녀석이 있는데 이 녀석은 5,6년 전 횡성읍내를 떠돌던 유기견이 새끼 5마리를 낳고 20일 만에 죽었는데 당시 고3이던 큰아이가 한 마리씩 나누워 가져와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시대의 흐름인지라 반려견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털 때문에 전쟁이 끊일 날이 없다. 지난 여름에도 털 때문에 삭발을 해야 한다는 나의 강력한 주장과 미용을 하자는 딸들의 의견 대립으로 결국은 몸통은 삭발이 아닌 2부 가리로 하고 머리 부분 만 미용을 하기로 타협한 적이 있다.

몸통은 2부 가리를 하고 머리는 삭발을 하니 흰 사자 같기도 하고 영 볼품이 없어 만지지도 못하고 불편하고 혐오스러웠던 기억이다. 지금 생각하니 요즘 세상에는 삭발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주변에 혐오감을 주는 것은 매일반인 것 같아 헛웃음이 난다.

요즘은 군 입대로 삭발을 강요하지도 않고 학교에서는 오히려 삭발을 하면 징계를 받는다 하니, 주변에 불쾌감을 주는 삭발은 가능하면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꼭해야하겠다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동의 얻을 수 있는 각오와 진정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나도 이제부터는 우리 순이에게 삭발을 강요하지 말아야겠다. 요즘처럼 2부 가리를 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퍼포먼스로 한다면 국민들을 능멸하는 것이다. 지금의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랑 말랑 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2부 가리로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고 삭발을 하려면 국민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삭발을 하라. 그래야 국민도 울고 상대방도 감동하여 꼬인 정국이 풀리고 국민을 감동 시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주말에는 고등학교 때 담임이었던 넙치선생님을 찾아뵈어야겠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2부 가리 했던 것을 사과 드려야겠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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