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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내 마음의 보석상자 (93) 『수(數), 시간과 인간 관계』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4월 03일

↑↑ 현 원 명
횡성향교교육원장
ⓒ 횡성뉴스
매년 한 해가 다 지나갈 때면 숱한 상념들이 밀려와 쌓인다. 모든 생각들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아마도 ‘세월이 빠르구나!’하는 것이다. 실은 세월이 빠른 것은 우리가 보내는 1년 365일, 12개월, 1주일, 하루, 1시간, 1분, 1초라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승려 강승회는 법화경, 화엄경 안반수의경서(安般守意經序)에서 손가락을 튕기는 짧은 사이에 마음은 960번 돌고 하루에 13억 가지를 생각한다고 하였다. 또한 중국 진나라 승려 승조(僧肇)는 손가락을 튕기는 사이에 60가지의 생각이 지나간다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많다’는 표현으로 ‘억(億)’이라는 수(數)를 쓴다. 억만금 억만년 하는 말들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억보다 훨씬 더 큰 수들이 많다. 억의 만(萬)배를 조(兆), 조의 만 배를 경(京)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그러나 경의 만 배가 해(垓), 해의 만 배가 자(秭), 자의 만 배가 양(壤)이라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양의 만 배가 구(溝), 구의 만 배는 간(澗), 간의 만 배는 정(正), 정의 만 배는 재(載), 재의 만 배는 극(極)이라고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불가(佛家)에서는 극의 억 배가 되는 수가 항하사(恒河沙)이다. 갠지스 강의 모래알 같이 많다는 뜻이다.

항하사의 억 배를 아승기(阿僧祈), 아승기의 억 배를 나유타(那由他), 또 나유타의 억 배를 불가사의(不可思議)라고 한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치기 어려운 신비의 수가 된다. 그리고 이 불가사의의 억 배 쯤 되는 수를 무량수(無量數)라고 말한다.

선생님께서 참 ‘잘’ 했어요 라고 할 때 그 ‘잘’이 어느 정도 칭찬인가? 보통 억은 0이 8개이다. 잘은 0이 40개이다. 억조경해자양구간정재극항하사. 잘은 정으로 천문학적인 수로 소름끼칠 정도의 칭찬 같다. 이 엄청난 수의 세계를 알고 나면 100년도 못사는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를 실감한다.

그러니 1년이란 세월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순간이다. 이 무변광대한 우주, 이 무량대수의 기나긴 시간 속에서 그저 찰나 같은 시간을 왔다가는 우리의 삶이 너무나도 초라하고 보잘 것 없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삶의 촌음성이 바로 인생의 참 가치를 규정하는 근본이고 철학적 사유(思惟)의 원천이 된다.

우리의 만남이 소중한 이유도 그러하다. 이 넓은 천지간에 이 땅에 태어나서 그 짧은 삶을 사는 동안 얽히고 설킨 세상사의 틈새에서 서로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확률적 계산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발생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그래서 이해가 된다. 생즉거래(生則去來) 즉 만남과 헤어짐, 그것은 오고 가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거래적인 존재이다. 오고 가는 것이 없는 단절은 인간의 비극이다. 소통의 단절, 애정의 단절, 신뢰의 단절은 인간적인 삶이 아니다. 이 짧은 세월 속에 우리는 화합하고 서로 사랑하며 생명의 환희를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1겁은 43억 2천만년이라고 힌두교에서 말한다. 가로 15km 세로 15km 크기의 네모난 거대한 화강암 반석을 100년에 1회씩 흰 천으로 닦아서 반석이 마모되어 없어지는 장구하고 영원한 세월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이란 문틈으로 백마(白馬)가 달리는 모습으로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래도 온 인류의 마지막 불꽃을 반올림하는 사다리인 희망이 있어 인간은 행복하다.

시간의 길이를 살펴보자. ‘촌각 경각 순식간 별안간 찰나 잠시’ 등이 있다. 1각은 15분으로 흔히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고 한다.

일각이 3년처럼 길게 느껴짐이다. 촌각은 1/15 각으로 1분 30초이다. 경각은 순식간, 순간과 동일하여 눈 깜박할 사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고 한다.

잠시, 잠깐은 아주 짧은 시간으로 몇 초∽5분 이내이다. 삽시간은 빗방울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시간이다. 1찰나는 1/75초로 0.013초이다. 시간은 금이다. 금은주옥보다 시간이 귀중하여 촌음을 아껴야 한다. 일각천금(一刻千金) 일촌광음일촌금(一寸光陰一寸金)이다.

붓다는 삶과 죽음은 호흡 사이에 있다고 했다. 들숨과 날숨이 한 번 반복되면 한 차례의 삶이 끝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발밑을 내려다보자. 매 순간 새로운 출발선이 그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발걸음을 내 딛을 때마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4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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